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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스캔들 18회] 나라의 시작, 배움이 향하는 곳

푸른 별 여행자 2010. 10. 27. 03:11




늦바람이 무섭다고, 다음 주면 끝난다는 성균관스캔들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지난 주 김윤식이 여인임이 밝혀지던 순간부터였습니다.
그 순간을 재방에서 무심코 보는 그 순간부터, 
이전까진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성균관스캔들을,
그날 하루를 '성균관스캔들 데이'로 만들어가면 독파(?!) 하고 말았죠.



16회까지 달리고 나선 한숨만 가득.
아~ 이 재밌는 걸 왜 이리 늦게야 보게 된 걸까..
음.. 이제라도 봤으니 다행??


그리고 어제 오늘은 드디어 본방 사수!


알콩달콩 귀여운 모습과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사건에 몰입하는 스피디함에 즐거웠지만, 막바지 스퍼트답게 마지막 위기-윤식과 선준의 선대의 악연-도 오더군요. 뭐, 바로 휘릭- 풀어주어 오해가 쌓일 틈을 아주 조금만 준 건 좋았지만요. 이리저리 꼴 시간도 없겠지만 꼬는 건 사실 좀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니까요.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금등지사가 있다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잘금4인방은 윤식으로부터 그 장소가 성균관이라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찾기 시작합니다. 성균관에 있는 '나라의 시작, 배움이 향하는 곳', 그곳에 있을 금등지사를 찾기 위해 바로 '그곳'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뒤를 유심히 장의 하인수가 지켜보고 있네요. 금등지사가 나타나 권력을 잃게 되지 않도록,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빼돌리기 위해 일거수 일투족 유심히 말이죠.


그리고, 이들은 성균관 내 신위가 모셔진 곳을 이곳저곳 찾아다닙니다. 유학을 배우는 이들에게, 유학을 숭상하는 나라 조선에 있어서 '나라의 시작, 배움이 향하는 곳'은 곧 유학과 왕이라는 생각에서이죠. 그러나 성균관 내 신위 그 어느 곳에서도 금등지사는 나타나지 않고, 더욱 집요하게 단서를 찾는 윤식은 종묘로 향합니다. 역대 왕과 신하의 신위가 모셔진 곳, 금등지사가 원래 보관되어 있었다던 그 장소로.


종묘로 향하는 윤식을 보며 몇 회째던가.. 대물 윤식과 걸오 재신이 함께 올라갔던 나무가 떠올랐습니다. 
재신의 형 영신이 좋아하던 장소. 그래서 재신이 걸핏하면 올라가는 그곳.


윤식의 아버지와 함께 생을 달리한 성균관 장의 문영신은 언젠가 재신에게 그리 말했던 모양입니다. 그곳 나무 위에서 보는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고. 그곳에선 성균관 밖 반촌이,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반인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에겐 가장 아름답다는 경치는 왕이 계신 곳도, 뛰어난 경관이나 드높은 학식이 있는 곳도 아닌, 삶이 이어져 나가는 그곳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언젠가 성균관을 나가 출사할 유생들은 항상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인 그곳을 재신의 형 영신은 항상 보고 있었고, 동생에게도 언젠가 성균관에 들어가 보라고 했던 것이었겠죠.


영신의 눈이 고정되었던 곳.
그곳은 반촌이었고, 거기에 살고 있던 반인들이었을 겁니다.
영신으로, 혹은 윤식의 아버지로 대변될 수 있는, 그 배움이 향하는 곳.
언젠가 모든 성균관 유생들이, 아니, 관직에 있는 위정자 모두가 향해야 할 곳.
이 땅에 사는 모든 백성.
귀천이 다르지 않고, 남녀가 다르지 않은, 당파에 구별되지 않고, 생업이 무엇이냐에 구애받지 않은 모든 백성.


재신이 늘상 오르던 그 나무에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성균관스캔들에서 꾸준히 얘기하고 있는 '백성을 위한 정치'라는 점을요. 

과거시험장에서 돈으로 권력을 사 다시 그 권력으로 돈을 만드는 세태를 비판하거나, 윤식이 도둑으로 몰려 쫒겨날 뻔하면서 금난정권과 독과점을 비판할 때, 황감제에서 윤식과 선준이 친민(親民)과 신민(新民)으로 답을 할 땐 그저 사극과 같은 느낌으로 바라봤습니다. 조선을 다룬 역사물의 형태이니 응당 나올 수 있는 한 씬으로만 말이죠. 하지만, 오늘 돌아가신 아버지가 실은 자신을 위해 밤마다 글을 읽어주었단 사실을 알고 눈물 흘리는 윤희와 재능 많은 자식에게 길을 열어줄 수 없어 안타깝다는 그 아버지의 일기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 아버지가 자식에게 길을 열어줄 열쇠가 금등지사라 믿어 생을 걸었단 정약용의 얘기를 들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왕은 백성을 자식같이 여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조가 잘금4인방 앞에서 보여준 화성 천도 후의 세상. 그곳에서 백성은 모두 왕의 자식이었습니다. 당색으로, 신분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윤희의 아버지가 윤희를 위해 그 생을 걸 만한 그런 세상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마음에서였든,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였든, 백성을 모두 자식같이 여긴다면 응당 걸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길이었을 겁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역시 그런 정치가와 관료가 필요하다.
심부름꾼이라 자처하는 이들보다 부모된 심정으로 일해줄 수 있는 그런 이들.
불속으로 뛰어들 수 없는 공복(公僕)이 아닌 지옥에라도 대신 들어가 줄 수 있는 그런 이들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되어 달라.


성균관스캔들은 그렇게 외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최고의 정치 드라마는 대물이라구요?
저에겐 성균관스캔들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드라마입니다.